2025 회고

Gravity Assist (중력 보조 기동 / 슬링샷) 내가 가진 연료 (의지·시간·자원) 만으로는 못 얻을 속도/방향을, 더 큰 천체의 운동과 중력장을 빌려 얻는 기동
2025 년은 Sling Shot 을 한 해였다. 넓은 세상을 보고 싶던 내게 익숙한 곳을 떠나, 여러 나라 나라와 도시를 거닐고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직군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어울리며, 여러 책들을 탐하고, 새로운 운동을 지속하고, 제자 훈련을 통해 신앙의 기본을 다잡음으로써 기존의 내 인생의 궤도를 틀었기 때문이다. 2024 년에는 첫 해외 생활을 시작하고 터전을 잡았다면, 이를 레버리지로 2025 년은 과감히 sling shot 을 시도했다.
이 연단을 통해서 내 안에 잠들어있던 거인을 마주했다.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이들은 눈을 감은 채로 생을 마감하고 싶어하지 않다. 떠난 자리에 재만 남을지라도 하루하루를 불태우며, 서서 죽더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 이런 내 마음이 참 야속해서 무료함과 편안함보다는 긴장감과 자라나는 충만함이 좋다. 아마 내 인생은 평생 바쁠 것임을 이제 안다.
무언가를 붙잡고 싶다면 오히려 느슨해야 하고, 결연한 의지보다 무미하게 이어지는 발걸음이 더 단단하다. 당장 눈 앞의 것보다 먼 미래에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킬 수 없는 상실은 더 크고 깊게 거대하게 아프다. 잠시의 뽐냄보다 사랑하는 작은 것들을 지키고 싶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상을 품되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온기를 지키는 산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세상에는 문제가 참 많지만, 모든 문제를 풀 필요는 없다. 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는 ‘어떻게 풀 것인가’보다 ‘누가 이 문제를 풀기로 선택했는가’를 보게 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넓은 세상은 단순히 여행에 있지 않고 책 속에 있으며, 깊어지는 관계 안에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여정의 원점으로 돌아왔다. 넓은 세상을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를 묻는다면, 나는 정도를 걷고 싶다. 정직한 시간에는 치밀함이 깃들어 있고, 깊게 빚어진 것은 결국 날카롭다. 선택지를 억지로 나눌 필요도, 하나에 스스로를 가둘 필요도 없다. 무엇이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부동의 태로 나를 두고자 한다.
우리는 결국 한 권의 책이 될 것이다. 내 서재에, 내 이름이 적힌 책 한 권만 있어도 충분한 삶이면 좋겠다.